자판기 창업

입지가 성패좌우 / 이향재

자판기 주위 환경정리도 한몫… 고객 입맛 `즉각` 따라잡아야..

어느 토요일 오후 일이다. 길가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학생들(물론 여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이 말 그대로 구불구불 장사진을 이루고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방송국 근처도 아니니 그들이 좋아하는 10대 가수의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 줄을 따라 가본 끝에는 사진스티커자판기가 자리잡고 있었고, 아이들은 사진을 찍어 스티커를 만들겠다고 땡볕에도 아랑곳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수첩의 대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스티커 사진을 펴보이며 우쭐대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두 달, 이제는 그 긴줄을 서지 않고도 사진스티커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자판기가 여기저기 들어섰고, 스티커자판기를 종류별로 모아놓고 한 군데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사진스티커를 만들고 그 사진을 수첩이나 티셔츠 등에 인쇄까지 할 수 있는 `숍` 형태의 사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자판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터줏대감인 커피자판기다. 커피자판기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의 모든 건물, 심지어 저 시골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이나 구멍가게 앞에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일단 커피자판기는 사무실이 필요없고 자본금도 적게 들기 때문에 꽤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또 기계만 설치하고 나면 항상 지키고 앉아 있을 필요도 없고 손 볼 일이 많지 않아 수고에 비해 수입은 쏠쏠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자동판매기가 도입된 것은 77년의 일이다. 롯데산업에서 일본 샤프로부터 400대를 도입하여 설치·운영한 기계식 커피자판기로부터 시작되어 현재 물량으로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78년에 LG산전에서 국산 자판기를 생산하면서 시장이 계속 성장해 오고 있으며, LG산전, 삼성전자를 양대 축으로 해태전자, 만도기계, 롯데기공을 비롯한 대기업들과 몇몇 중소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해태전자와 만도기계 등은 불황과 기업구조조정 바람을 맞아 정리됐으며 롯데기공은 자사의 음료 판매용으로만 자판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기타 중소업체들은 유통력의 부족 등으로 시장형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커피와 캔음료로 대표되는 음료자판기 외에 사진스티커자판기와 담배, 일회용품, 휴지, 티켓, 복권, 풍선, 라면, 슬러시 등 품목과 구성이 다양해졌다. 이중 담배자판기는 청소년보호법의 강화로 제품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음료자판기

음료용 자판기는 카페형인 소형부터 500잔까지 나오는 대형 등 용량별로 나뉘고 다시 냉·온커피겸용, 커피·캔겸용, 커피와 라면, 커피와 캔음료, 복권까지 판매할 수 있는 콤비형까지 구성이 다양하고 가격도 10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출시되고 있다. 냉음료 겸용 자판기의 경우 냉음료가 여름철에도 생각보다는 많이 팔리지 않고 전기료 부담도 늘어나므로 냉각기가 들어가 자판기 가격이 비싼 겸용기를 구입할 때는 이를 고려해 봐야 한다.

자판기는 현금 일시불로 구입할 경우 대리점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서 약간씩 할인해 주는 곳도 있으며, 연 24% 이자율에 36개월까지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데 할부 이자가 생각보다 많이 붙는 편이다. 게다가 요즘은 환율 인상으로 커피 등 재료값이 많이 올라서 원가가 잔당 고급커피 150원, 보통커피 120원, 국산차 80원 정도 들어간다. 잔당 300원씩, 하루 평균 100잔을 판매한다면 재료비를 제외한 한 달 수익이 45만원이지만 여기서 자판기 월부금과 전기료 4∼5만원을 뺀 나머지가 순수익이다. 사실 이 정도면 용돈벌이밖에 안되며, 적어도 1일 300잔 이상은 팔려야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자판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장소인데 이 장소 선정이 만만치가 않다. 번화가엔 이미 10미터마다 하나씩 커피자판기가 자리잡고 있으며 장사 될 만한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은 특정 재단에서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접근하기가 힘들다. 학교나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은 좋은 장소같아 보이지만 실속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잔당 가격을 통상가격보다 100원 정도는 낮게 잡아야 하고 설치 계약시에 수익금의 일부를 장학금이나 기금으로 내는 게 상례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다고 해도 실제 자기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금액은 적은 편이다.

  초보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물 주인이 있다면 무료나 아주 싼값에 장소를 임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비는 건물도 많으므로 잘 찾아보면 공짜로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는 주인과 월정액 또는 매출의 일정 비율로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장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은 자판기 판매 대리점과 의논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판매량을 예상한 다음 자판기를 설치할 경우 대형의 최첨단 제품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재료를 다소 자주 투입하더라도 소·중량급을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중고를 구입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모든 상품, 특히 전자제품은 포장만 풀면 중고로 취급되기 때문에 의외의 싼값으로 새 자판기를 구할 수도 있다. 중고 자판기도 대리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대리점에 월정액이나 판매가의 일정 비율을 내는 형식으로 임대운영하는 방법도 자판기 사업을 하려는 초보자가 위험부담을 줄이고 경험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 판매가 예상외로 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임대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은 다음에 직접 운영하도록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커피·크림·설탕·캔음료 등의 재료도 대리점에서 일괄 공급하거나 거래처를 주선해 주기도 하는데 판매량이 적은 사람은 할인점 등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해도 무방하다. 운영을 하다보면 가끔씩은 출처가 불분명한, 그러나 제품의 질에는 하자가 없는 덤핑 물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적절하게 사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사진스티커자판기

사진스티커자판기는 소유개념이 확실하고 개성이 강한 신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들만의 생활문화로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는 인기 사업 아이템이다. 사진스티커자판기는 도입 초기부터 즉석에서 촬영, 인화, 스티커 처리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초기 시장에서는 일본 수입품이 대종을 이룬데다 자판기 가격이 보통 1,400만원이 넘었다. 이에 따라 이용요금도 비싸고 A/S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많은 수요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데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LG산전에서 국산 스티커 자판기인 `포토플러스`를 출시함으로써 자판기 가격이 수입품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지고 사용료 또한 저렴해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사그러지던 스티커자판기 붐이 다시 일고 있다.

LG산전의 포토플러스는 캐릭터 전문업체인 바른손에서 제작한 다양한 사진틀과 배경을 이용하여 소비자군별로 세분화한 캐릭터를 설정해 4종으로 구분하여 출시하고 있는데 가격은 1천만원대다. 이 자판기도 장기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데 이자가 비싼 것이 가장 큰 흠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주소비자로 하는 상품이라는 것이 위험요소이다. 또한 수시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아야 하는 점도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스티커자판기 1대만 설치해서 사업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캐릭터가 다른 여러 대의 자판기를 모아 놓은 숍 형태의 사진스티커 전문점들이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촌, 돈암동 등지에 이미 10여개 이상의 스티커숍들이 문을 열었고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숍 형태의 스티커점은 통상 스티커자판기 4∼5대에 사진을 티셔츠나 수첩 등에 새기거나 라벨을 만들어주는 만들기 자판기까지 세트로 구성하고 청소년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쇼킹한 가발이나 의상 등도 구비해 놓아야 한다. 이러한 숍을 개점하려면 임대료와 자판기 구입, 초기 유지비 등으로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전국적으로 숍 형태의 스티커자판기 전문점이 150여개는 생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사진스티커자판기 유행이 더 폭발적으로 일어날지 사그러들지는 이번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보고 있으므로 서울지역에서 개점하려는 사람은 두 달 뒤 정도로 출점을 미루고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지금부터 사진스티커자판기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는 지방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청소년 밀집지 등은 사업성이 있으므로 출점을 권장할만하다.

♣기타

음료와 스티커 자판기 외에 일회용품, 복권, 풍선, 컵라면, 핫도그, 슬러시, 우표 자판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제법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은 풍선과 일회용품 자판기다. `제트팡`이라는 풍선자판기는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놀이동산, 쇼핑센터, 패스트푸드점, 스포츠센터 등에 설치하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헬륨가스가 주입되는 이 풍선자판기는 제품 특성상 취급전문점(세화통상 3461-3036)을 통해서만 구입, 관리가 가능하다. 기계 값은 현금가 660만원이며, 풍선 1개당 1,000원을 받는데 원가는 400원 정도로 마진도 좋은 편이다. 일회용품자판기는 장소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지만 환경보호규제 강화로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을 무료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업성이 생긴 품목이다. 객실 수가 40∼50개 정도 되는 모텔급 이상 숙박업소나 사우나, 목욕탕 등에 설치하면 좋다. 일회용품은 무엇보다도 판매가 대비 원가가 낮아 마진이 많은 것이 장점인데, 예를 들어 1개 500원에 팔리는 칫솔의 경우 원가는 100원 정도다. 게다가 청소나 부패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는 제품이라는것도 부담을 덜어준다.

슬러시는 크기도 작고 값도 싸므로 문구점이나 편의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하나씩 갖추어 놓으면 여름 한철 괜찮은 장사가 될 것이다. 그 외에 중소기업에서 핫도그나 계란 후라이 자판기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할부금융, 전국적 유통, A/S 등이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시장에서 도태하고 말았다.

자판기사업 쉽지만은 않다?

음료용 자판기는 안을 들여다보면 모터와 원료통, 물통, 호스 등으로 일견 간단해 보이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은 기계·전기·전자기술이 동원된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판기의 구조와 성능도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고 복합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반면에 그럼으로 해서 더욱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전자적 성질을 많이 띈 고기능 신제품일수록 사소한 관리 실수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제품일수록 외관은 방수나 오염을 방지하는 처리가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물은 상극이다. 비가 많이 들이치는 장소에는 비나 바람막이를 설치해야 하고 한길가라면 파손에 대비한 보호막을 설치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심한 기온차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새로 나온 제품들은 정수필터와 살균램프 등이 장착되어 있고 음료가 통과하는 믹싱기구와 컵 판매대 등에도 특수항균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위생상 문제점은 없으나 그래도 사람의 손이 가는 것만하겠는가. 자판기 구석구석에 쌓이기 쉬운 먼지나 오염원 등은 직접 청소해 주는 방법이 최고다. 특히 중고 자판기를 구입하여 사업을 시작했을 경우는 항균처리가 안된 제품이 있으므로 청결에 유의해야 한다. 원재료의 영양분과 습기, 온도 등의 조건이 상존하기 때문에 청소를 게을리하면 병균이 발생하기 가장 좋은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판매기다. 스티커자판기를 운영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진틀이나 운용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갈아줘야 하며, 자판기 주위환경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자기들만의 공간 분위기로 꾸며줘야 한다. 자판기 사업자에게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특성을 파악하여 자판기 운영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기초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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