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

Source : http://imaso.co.kr/?doc=bbs/gnuboard.php&bo_table=article&wr_id=32089

 

오늘도 개발자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개발하는 틈틈이 최신 기술을 공부하면서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익히고자 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는 개발자들에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들의 주변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시간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

한 용 희 woom33@korea.com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에 재직 중이며, 닷넷 기반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Microsoft Visual C# MVP이며 MSDN 세미나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2D, 3D 게임 프로그래머로 시작하여 SQLServer 튜닝,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경험하였으며, 주요 관심사는 DB와 애플리케이션의 연동 부분이다.

 

어렸을 적부터 필자는 개발하는 일 자체가 즐거웠다. 내가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기존의 장난감에는 창의력을 불어 넣을 수 없었다. 레고 블록과 같이 모양이 정해진 부품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은 훨씬 더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필자는 그렇게 프로그래밍의 재미라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부터 커서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마음에 꿈을 가졌다.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알고부터는 시간이 나면 틈틈이 프로그래밍을 했다. 이러한 재미가 직업이 되면서부터 일은 필자에게 돈을 버는 수단인 동시에 재미를 느끼는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개발이라는 작업이 내가 원하는 것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 마음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존재가 되었다. 개발이라는 것이 결코 혼자만의 예술 작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필자는 대학 때까지 열심히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히고 기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SI 업체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그때 인사과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앞으로 여러분은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업무를 배워야 합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하게 될 회사 업무(인사, 구매, 회계, 생산, 영업 등)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만 개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기술 공부만 열심히 해왔던 필자에게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가 지금껏 ‘헛공부’를 했단 말인가?

개발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IT 제조업과 IT 서비스업이다. IT 제조업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므로 기술 자체가 중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IT 서비스업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므로 그 해당 업무를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필자는 회사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회계 업무를 맡았다. 개발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현업이 요구하는 것을 개발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회계 업무를 모르다 보니 현업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현업이 원하는 바를 이해해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만들 수 없었다. 이때부터 회계 공부를 시작했다. 당장 회계학과 대학생들이 본다는 『회계원리』라는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계용어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난생 처음 듣는 어려운 용어가 많았다. 그때마다 회계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다른 책도 찾아가면서 회계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던 회계 용어가 차츰 눈에 익고, 점점 업무 영역도 확대되어 갔다. 회계, 그룹웨어, 인사 등 여러 업무를 조금씩 하다가 이제는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관리, 기획하는 업무의 비중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바야흐로 개발자로서 선택의 갈림길이 나타난 것이다. 계속 개발자로 남느냐? 아니면 관리직으로 가느냐?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가기

개발자로 살아가다 보면 국내에서는 개발자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많이 듣게 된다. 지난해 8월 자바개발자협의회(JCO)는 한국의 개발자 1,89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72.2%는 45세까지(특히 58%는 40세까지)만 개발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 대다수가 개발자의 수명을 40세 초반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경력 분포 면에서는 10년 이상된 개발자가 전체의 9.5% 밖에 되지 않아서 대부분이 경력이 짧은 초중급 개발자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숙련된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개발자의 근무 실태를 보면, 응답자의 85%는 주2회 이상 야근을 하며 매일 야근하는 개발자도 28%나 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초과 근무 수당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 예로 노동부에서 2007년 6월부터 서울 지역 IT 업체 104곳을 점검한 결과, 93개 업체가 근로자의 수당을 미지급해서 시정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 2005년도에는 포털 서비스인 다음의 토론광장(아고라)에 ‘영재들아, 제발 IT로 오지마라’라는 글이 게재되어 한창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글은 한국 IT 개발 환경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IT 종사자들 사이에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이런 우울한 글을 보고 나면 정말 개발자로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이 없다. 유독 한국의 개발자만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임금 수준으로 본 우리 IT

이럴 때에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필자는 우리나라보다 IT 산업이 성숙한 미국의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PayScale이라는 연봉 정보 공개 사이트에는 각 직업의 연봉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먼저 미국의 연봉 정보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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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1>에서 뜻밖에도 고급 개발자(Sr. Software Engineer / Developer / Programmer)의 연봉이 최고 수준으로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의 연봉 정보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비록 등록된 정보가 얼마 없어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지만 그냥 참고용으로는 볼만 하다. <화면 2>는 한국의 연봉 정보를 나타낸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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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진 않지만, 개발자의 임금 수준이 꽤 낮은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한미일 3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월평균 임금(2003년 기준)을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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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은 해당 국가의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임금을 단순 비교한 자료이므로 이것으로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보면 미국의 임금이 한국의 3배에 이른다. 단순 절대 임금의 비교보다는 상대적 임금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임금 프리미엄이라는 지수를 사용한다. 임금 프리미엄이란 현재 임금에서 기회 임금을 뺀 것으로 그 직업의 상대적인 임금 수준을 측정할 때 유용하다. 즉, 내가 IT 직업을 가짐으로써 다른 직업을 가졌을 때보다 더 많이 받는 수준이 임금 프리미엄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2003년도 발간된 자료를 보면 한국 IT 산업 근로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10%, IT 직종 종사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IT 전문직이 61%, 준 전문직이 11%, 생산직이 3%였다. 반면에 미국 IT 산업 종사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110.8%로 나와 있다. 즉, 미국에 비해서는 그만큼 한국의 IT 직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임금을 덜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 환경은 어떤가?
ww.esj.com이라는 사이트에 가보면 미국 IT 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07년 10월에 조사한 것으로, 이 가운데 먼저 직업 만족도를 보면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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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IT 종사자들은 갈수록 직업 만족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직업에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번에는 직업 안정성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자신의 직장에서 퇴직 당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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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을 보면 대체적으로 직업 안정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당 근무 시간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는 <표 4>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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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직원보다는 관리자가 더 업무를 오래하는 편인데, 직원들의 주당 근무 시간은 평균 43시간으로 조사됐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 하고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일일 근무시간은 8시간이다. 이는 주5일제라고 할 때 주당 40시간이 된다. 미국에서 43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야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2004년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7.8시간이었다. 이는 미국과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결과다. 결국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셈이다.

산업 분류에 따른 IT 전망

|앞서 말한 바와 같이 IT 산업은 크게 IT 제조업과 IT 서비스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우리나라는 IT 제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표 5>는 2005년도 IT 부문별 부가가치 및 고용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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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의 경우는 <표 6>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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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IT 서비스업의 부가가치가 더 크고 인력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IT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더 크고 인력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IT 산업에 있어서 제조업의 비중이 더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IT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나 인력이 더 많은 것은 서비스 부문에서 IT를 활용한 전산화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국도 1995년 이전에는 제조업의 생산성이 서비스업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IT 기술이 발전한 1995년 이후에는 I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분야의 전산화를 통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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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IT 생산 부문은 노동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IT 이용 서비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그림 1>을 보면 우리나라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 IT 이용 서비스업의 기여도가 떨어지고 그 비중 또한 작다. IT 제조업의 경우 각종 IT 제품을 통해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데 반해, IT 서비스업의 경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무의 효율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우리 개발자의 미래

과거 미국의 경제가 일본에 추월당했다는 소리가 있었지만 미국은 IT를 통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고 다시금 경제에 활력을 되찾았다. IT 산업이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특히 IT 서비스업의 경우 IT 제조업보다 더 큰 부가가치와 고용 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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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나라도 경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각 산업에서의 생산성 증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생산성 증대는 앞으로는 IT 기술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특히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IT 서비스를 통한 서비스업의 생산성 증가가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IT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앞으로는 더욱 많이 필요해지고 중요한 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개발자에 대한 처우는 미국에 비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모델을 따라 IT 빅뱅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룩한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그 주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그때쯤이면 우리나라의 개발자도 미국의 그들처럼 대우받지 않을까라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희망을 가져본다.

참고 자료

1. 자바개발자협의회 커뮤니티, http://www.jco.or.kr
2. 미국 연봉 정보 사이트, http://www.payscale.com
3. SW인력 임금수준의 국제 비교 –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박능윤), http://www.software.or.kr
4. IT 인력의 취업률, 전공종사율, 임금수준에 대한 연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http://www.kisdi.re.kr
5. Enterprise System, http://www.esj.com
6. 주력성장산업으로서 IT 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 한국은행, http://www.b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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