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관련 이야기

몇 년 전에 〈아마겟돈〉이라는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태양을 돌고 있는 소행성 중 하나가 지구로 돌진, 전 인류가 멸망 위기에 빠지나 결국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대재앙을 막는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기도 한다. 다만 유사 이후에는 그 규모가 굉장히 작아 큰 재난이 없었을 뿐이다.

지난 9월 초에는 빠른 속도로 지구쪽으로 접근, 오는 2014년 3월 21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대형 소행성을 영국 정부 산하 ‘지구인근물체연구센터’가 발견하기도 했다. 직경이 1㎞ 남짓한 이 소행성은 크기가 6천5백만 년 전 지구에서 공룡을 멸족시킨 것으로 보이는 운석의 10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행성-혜성-유성 등 지구 밖 물체가 대기 중에서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지상으로 떨어진 것(충돌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작다)을 보통 운석이라고 부른다.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다수는 유실되거나 작게 쪼개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운석 가격 1g당 1달러 정도

이런 운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의외로 높다. 우리 연구원에 운석에 대한 질문이나 감정 의뢰가 끊이지 않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의 뢰받은 운석은 외국에서 사온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서 주워온 유난히 까맣고 무거운 돌이 대다수이다. 우리나라에 워낙 운석이 희귀하다보니 감정을 의뢰하는 이들 못지않게 감정하는 사람도 운석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이 우리의 산과 들에서 주웠다는 돌 중 운석으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외국에서 사온 것도 텍타이트를 운석으로 잘못 알고 사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석이건 텍타이트이건 일반인은 국내에서는 직접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일부 운석 수집가조차 텍타이트를 운석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텍타이트는 운석이 아니다. 따라서 가격도 운석과는 비교가 안 된다. 운석의 가격은 순금값(1g당 12달러 정도)과 비교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1g당 1달러 정도나 된다.

텍타이트가 운석으로 오인되는 것은 생성과 연관이 있다. 텍타이트는 표면에 기포자국을 띠며 반들반들한 유리질로 된 돌이다. 운석이 낙하할 때 지표면과의 충돌 부분은 높은 열과 에너지로 녹아서 빗방울 모양으로 공중으로 튀어올랐다가 다시 떨어진다. 텍타이트는 이때 생성된 돌이다. 이 돌이 대기 중에서 급하게 냉각되다보니 운석과는 달리 표면에 기포자국이 보인다. 또 떨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양이 연출돼 독특하고 신기한 모양을 띠기도 한다. 가장 흔한 동물뼈 모양부터 단추, 반구형 모양 등 다양하다. 색은 주로 검정색을 띠지만 충돌 지역의 암석 성분에 따라 드물게 흰색이나 초록색을 띠기도 한다. 이렇게 운석이 지표면과 충돌하면서 생기다보니 텍타이트에는 충돌 운석의 성분이 약간 섞이기도 하나 그 주된 구성성분은 지표물질로서 엄밀히 말해서 지구의 암석이다.

이러한 생성 원인 때문에 텍타이트는 운석이 충돌한 부근에서 많이 발견된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경우 국경을 넘어 멀리 다른 나라에까지 날아가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체코 몰다강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 초록색의 ‘몰다바이트’라는 텍타이트이다. 몰다바이트는 독일 슈트가르트 근처의 거대 운석 충돌과 관련이 있으며 운석 충돌시 녹아 튀어오른 지표물질이 체코까지 날아가 몰다강 유역에 떨어지면서 그 지역의 암석과 섞여서 생성됐다. 몰다바이트는 그 생성도 특별하지만 아름다운 투명한 초록색을 띠어 보석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텍타이트로는 드물게 고유한 이름까지 가질 정도이다. 몰다바이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텍타이트는 검정색을 띠며 무엇보다 표면이 반들반들한 유리질 성분으로 외관만으로도 운석과 쉽게 구별된다.

운석은 텍타이트와 달리 석질운석-철운석-석철운석으로 크게 나뉜다. 석질운석에 비해 철운석이나 석철운석은 철이 대부분이어서 구별이 아주 쉽다. 그러나 운석이 비교적 흔한 외국에서도 운석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짜 철운석을 제조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짜와 진짜 구별은 간단한 실험으로 가능하다. 철운석이 생성된 우주공간의 환경을 인간이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철운석의 주 구성성분인 철과 니켈은 지구로 떨어지기 전 소행성 형태로 있을 때, 1백만 년에 1℃ 정도로 천천히 냉각되면서 내부에 독특한 무늬를 이룬다. 석철운석은 철운석과는 아주 다르다. 석철운석은 외부에는 안 나타나지만 내부는 철속에 감람석 성분의 유리질이 수㎜에서 수㎝ 크기로 구형으로 군데군데 박혀 있는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석철운석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운석 중에 가장 희귀하며 이러한 내부의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대체로 얇은 박편으로 제작돼 전시용으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텍타이트는 엄밀히 말해 지구 암석

이렇듯 특색 있는 철운석이나 석철운석과는 달리 석질운석은 운석 중에 가장 종류가 다양하며 전문가라도 외관만으로는 감정하기가 어렵다. 이 운석은 사막이나 남극 등 특별한 지역이 아니면 발견하기가 어렵다. 즉 다른 돌과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다행히 운석이 떨어지며 생성된 표면의 탄껍질(fusion crust)이 잘 보존돼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쉽게 구별이 가겠지만 1㎜도 안 되는 이 껍질이 벗겨진 상태이거나 낙하하기 직전에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경우에는 일반 돌과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 그러나 석질운석도 대체로 철 함량이 지구의 돌보다는 많으므로 생각보다 무겁고 자석에 끌리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 운석인 ‘두원운석'(2.1㎏)의 경우 석질운석으로 철함량이 가장 낮은 운석에 속하지만 자석에 끌리며 육안으로도 작은 철 알갱이가 군데군데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일반인도 운석에 대한 웬만한 상식을 갖추어 표면이 까맣고 아주 무거우며 자석이 끌리는 돌을 갖고 오기는 한다. 주로 수석 채집 중에 발견되는 까맣고 무거운 돌로 우리나라에 흔한 철광석이다. 그러나 이 돌이 운석과 다른 점은 철광석은 속까지 까맣고 균질한 반면 운석은 껍질 속에-껍질이 벗겨져나간 경우도 많지만-전혀 다른 세계와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귀한 운석이므로 필자는 연구원으로 운석 감정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번번이 실망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운석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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