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창업

입지가 성패좌우 / 이향재

자판기 주위 환경정리도 한몫… 고객 입맛 `즉각` 따라잡아야..

어느 토요일 오후 일이다. 길가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학생들(물론 여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이 말 그대로 구불구불 장사진을 이루고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방송국 근처도 아니니 그들이 좋아하는 10대 가수의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 줄을 따라 가본 끝에는 사진스티커자판기가 자리잡고 있었고, 아이들은 사진을 찍어 스티커를 만들겠다고 땡볕에도 아랑곳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수첩의 대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스티커 사진을 펴보이며 우쭐대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두 달, 이제는 그 긴줄을 서지 않고도 사진스티커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자판기가 여기저기 들어섰고, 스티커자판기를 종류별로 모아놓고 한 군데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사진스티커를 만들고 그 사진을 수첩이나 티셔츠 등에 인쇄까지 할 수 있는 `숍` 형태의 사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자판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터줏대감인 커피자판기다. 커피자판기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의 모든 건물, 심지어 저 시골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이나 구멍가게 앞에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일단 커피자판기는 사무실이 필요없고 자본금도 적게 들기 때문에 꽤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또 기계만 설치하고 나면 항상 지키고 앉아 있을 필요도 없고 손 볼 일이 많지 않아 수고에 비해 수입은 쏠쏠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자동판매기가 도입된 것은 77년의 일이다. 롯데산업에서 일본 샤프로부터 400대를 도입하여 설치·운영한 기계식 커피자판기로부터 시작되어 현재 물량으로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78년에 LG산전에서 국산 자판기를 생산하면서 시장이 계속 성장해 오고 있으며, LG산전, 삼성전자를 양대 축으로 해태전자, 만도기계, 롯데기공을 비롯한 대기업들과 몇몇 중소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해태전자와 만도기계 등은 불황과 기업구조조정 바람을 맞아 정리됐으며 롯데기공은 자사의 음료 판매용으로만 자판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기타 중소업체들은 유통력의 부족 등으로 시장형성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커피와 캔음료로 대표되는 음료자판기 외에 사진스티커자판기와 담배, 일회용품, 휴지, 티켓, 복권, 풍선, 라면, 슬러시 등 품목과 구성이 다양해졌다. 이중 담배자판기는 청소년보호법의 강화로 제품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음료자판기

음료용 자판기는 카페형인 소형부터 500잔까지 나오는 대형 등 용량별로 나뉘고 다시 냉·온커피겸용, 커피·캔겸용, 커피와 라면, 커피와 캔음료, 복권까지 판매할 수 있는 콤비형까지 구성이 다양하고 가격도 10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출시되고 있다. 냉음료 겸용 자판기의 경우 냉음료가 여름철에도 생각보다는 많이 팔리지 않고 전기료 부담도 늘어나므로 냉각기가 들어가 자판기 가격이 비싼 겸용기를 구입할 때는 이를 고려해 봐야 한다.

자판기는 현금 일시불로 구입할 경우 대리점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서 약간씩 할인해 주는 곳도 있으며, 연 24% 이자율에 36개월까지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데 할부 이자가 생각보다 많이 붙는 편이다. 게다가 요즘은 환율 인상으로 커피 등 재료값이 많이 올라서 원가가 잔당 고급커피 150원, 보통커피 120원, 국산차 80원 정도 들어간다. 잔당 300원씩, 하루 평균 100잔을 판매한다면 재료비를 제외한 한 달 수익이 45만원이지만 여기서 자판기 월부금과 전기료 4∼5만원을 뺀 나머지가 순수익이다. 사실 이 정도면 용돈벌이밖에 안되며, 적어도 1일 300잔 이상은 팔려야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자판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장소인데 이 장소 선정이 만만치가 않다. 번화가엔 이미 10미터마다 하나씩 커피자판기가 자리잡고 있으며 장사 될 만한 지하철역, 버스터미널 등은 특정 재단에서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접근하기가 힘들다. 학교나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은 좋은 장소같아 보이지만 실속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잔당 가격을 통상가격보다 100원 정도는 낮게 잡아야 하고 설치 계약시에 수익금의 일부를 장학금이나 기금으로 내는 게 상례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다고 해도 실제 자기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금액은 적은 편이다.

  초보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물 주인이 있다면 무료나 아주 싼값에 장소를 임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비는 건물도 많으므로 잘 찾아보면 공짜로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는 주인과 월정액 또는 매출의 일정 비율로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장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은 자판기 판매 대리점과 의논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판매량을 예상한 다음 자판기를 설치할 경우 대형의 최첨단 제품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재료를 다소 자주 투입하더라도 소·중량급을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중고를 구입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모든 상품, 특히 전자제품은 포장만 풀면 중고로 취급되기 때문에 의외의 싼값으로 새 자판기를 구할 수도 있다. 중고 자판기도 대리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대리점에 월정액이나 판매가의 일정 비율을 내는 형식으로 임대운영하는 방법도 자판기 사업을 하려는 초보자가 위험부담을 줄이고 경험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 판매가 예상외로 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임대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은 다음에 직접 운영하도록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커피·크림·설탕·캔음료 등의 재료도 대리점에서 일괄 공급하거나 거래처를 주선해 주기도 하는데 판매량이 적은 사람은 할인점 등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해도 무방하다. 운영을 하다보면 가끔씩은 출처가 불분명한, 그러나 제품의 질에는 하자가 없는 덤핑 물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적절하게 사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사진스티커자판기

사진스티커자판기는 소유개념이 확실하고 개성이 강한 신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들만의 생활문화로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는 인기 사업 아이템이다. 사진스티커자판기는 도입 초기부터 즉석에서 촬영, 인화, 스티커 처리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초기 시장에서는 일본 수입품이 대종을 이룬데다 자판기 가격이 보통 1,400만원이 넘었다. 이에 따라 이용요금도 비싸고 A/S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많은 수요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는데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LG산전에서 국산 스티커 자판기인 `포토플러스`를 출시함으로써 자판기 가격이 수입품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지고 사용료 또한 저렴해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사그러지던 스티커자판기 붐이 다시 일고 있다.

LG산전의 포토플러스는 캐릭터 전문업체인 바른손에서 제작한 다양한 사진틀과 배경을 이용하여 소비자군별로 세분화한 캐릭터를 설정해 4종으로 구분하여 출시하고 있는데 가격은 1천만원대다. 이 자판기도 장기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데 이자가 비싼 것이 가장 큰 흠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주소비자로 하는 상품이라는 것이 위험요소이다. 또한 수시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아야 하는 점도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스티커자판기 1대만 설치해서 사업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캐릭터가 다른 여러 대의 자판기를 모아 놓은 숍 형태의 사진스티커 전문점들이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촌, 돈암동 등지에 이미 10여개 이상의 스티커숍들이 문을 열었고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숍 형태의 스티커점은 통상 스티커자판기 4∼5대에 사진을 티셔츠나 수첩 등에 새기거나 라벨을 만들어주는 만들기 자판기까지 세트로 구성하고 청소년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쇼킹한 가발이나 의상 등도 구비해 놓아야 한다. 이러한 숍을 개점하려면 임대료와 자판기 구입, 초기 유지비 등으로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전국적으로 숍 형태의 스티커자판기 전문점이 150여개는 생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사진스티커자판기 유행이 더 폭발적으로 일어날지 사그러들지는 이번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보고 있으므로 서울지역에서 개점하려는 사람은 두 달 뒤 정도로 출점을 미루고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지금부터 사진스티커자판기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는 지방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청소년 밀집지 등은 사업성이 있으므로 출점을 권장할만하다.

♣기타

음료와 스티커 자판기 외에 일회용품, 복권, 풍선, 컵라면, 핫도그, 슬러시, 우표 자판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제법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은 풍선과 일회용품 자판기다. `제트팡`이라는 풍선자판기는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놀이동산, 쇼핑센터, 패스트푸드점, 스포츠센터 등에 설치하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헬륨가스가 주입되는 이 풍선자판기는 제품 특성상 취급전문점(세화통상 3461-3036)을 통해서만 구입, 관리가 가능하다. 기계 값은 현금가 660만원이며, 풍선 1개당 1,000원을 받는데 원가는 400원 정도로 마진도 좋은 편이다. 일회용품자판기는 장소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지만 환경보호규제 강화로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을 무료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업성이 생긴 품목이다. 객실 수가 40∼50개 정도 되는 모텔급 이상 숙박업소나 사우나, 목욕탕 등에 설치하면 좋다. 일회용품은 무엇보다도 판매가 대비 원가가 낮아 마진이 많은 것이 장점인데, 예를 들어 1개 500원에 팔리는 칫솔의 경우 원가는 100원 정도다. 게다가 청소나 부패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는 제품이라는것도 부담을 덜어준다.

슬러시는 크기도 작고 값도 싸므로 문구점이나 편의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하나씩 갖추어 놓으면 여름 한철 괜찮은 장사가 될 것이다. 그 외에 중소기업에서 핫도그나 계란 후라이 자판기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할부금융, 전국적 유통, A/S 등이 매끄럽게 해결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시장에서 도태하고 말았다.

자판기사업 쉽지만은 않다?

음료용 자판기는 안을 들여다보면 모터와 원료통, 물통, 호스 등으로 일견 간단해 보이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은 기계·전기·전자기술이 동원된 복잡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판기의 구조와 성능도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고 복합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반면에 그럼으로 해서 더욱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전자적 성질을 많이 띈 고기능 신제품일수록 사소한 관리 실수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제품일수록 외관은 방수나 오염을 방지하는 처리가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물은 상극이다. 비가 많이 들이치는 장소에는 비나 바람막이를 설치해야 하고 한길가라면 파손에 대비한 보호막을 설치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심한 기온차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새로 나온 제품들은 정수필터와 살균램프 등이 장착되어 있고 음료가 통과하는 믹싱기구와 컵 판매대 등에도 특수항균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위생상 문제점은 없으나 그래도 사람의 손이 가는 것만하겠는가. 자판기 구석구석에 쌓이기 쉬운 먼지나 오염원 등은 직접 청소해 주는 방법이 최고다. 특히 중고 자판기를 구입하여 사업을 시작했을 경우는 항균처리가 안된 제품이 있으므로 청결에 유의해야 한다. 원재료의 영양분과 습기, 온도 등의 조건이 상존하기 때문에 청소를 게을리하면 병균이 발생하기 가장 좋은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판매기다. 스티커자판기를 운영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진틀이나 운용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갈아줘야 하며, 자판기 주위환경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자기들만의 공간 분위기로 꾸며줘야 한다. 자판기 사업자에게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특성을 파악하여 자판기 운영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기초 자세다.

쇼펜하우어의 성욕론

Source : http://blog.naver.com/adiship/30045921645

 

“이 세상 모든 남녀의 사랑이 아무리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녀의 사랑은 성욕이라는 본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욕은 희곡이나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자기 보존의 본능과 함께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며 우리의 모든 행위 중에서 가장 활동적이다. 이때 여성은 자칫 성욕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성욕은 마치 악마처럼 모든 것을 뒤흔들고 찢어버리고 파멸시킨다. 이처럼 성욕이 부리는 행패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경고한다.
= 인간의 사랑이란 살려고 하는 생존 의지 그 자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다.
그는 나아가 사랑하는 남녀가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야말로 ‘생존 의지’라고 말한다. “생존 의지는 성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내보이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랑을 생존 의지로 본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남녀가 첫눈에 반하는 이유도 다름 아닌 ‘2세’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 남녀가 사랑하는 연인을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2세’가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까에 대한 무의식적인 염려가 들어 있다.
이렇게 태어난 자식은 아버지로부터는 의지와 성격을, 어머니로부터는 지능을 물려받게 된다. 생김새는 주로 어머니를 닮고 몸집은 아버지를 닮게 된다.
연애는 본질적으로 건강과 체력과 아름다움을 요구하는데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본능적으로 겉모습을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보이려고 한다. 이는 남녀가 서로 반대되는 특질을 지닌 이성에게 끌리게 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즉, 자신의 신체 여러 부분에 나타나는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상대를 구한다. 예컨대 체력이 약한 남성은 튼튼한 여성을 원한다. 키가 작은 남성은 키가 큰 여성을 찾고 키가 큰 남성은 키가 작은 여성을 원한다. 요즘 초등학교 여학생들조차도 ‘남자의 못생긴 얼굴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작은 키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고 하는데 쇼펜하우어 사랑론과 그대로 일치한다. 반면 키 큰 남성이 키 큰 여성을 싫어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2세가 거인화되는 것을 생각한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쩍 마른 키다리 사내는 통통하고 작은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 이성을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이다. 남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상대는 18세에서 28세까지의 여성이다. 젊은 여자는 아름답지 않더라도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요즘 남자들이 결혼을 늦게 하면서 나이든 신랑들이 많은데 노총각일수록 20대만 찾는 경향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들은 정자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여성은 임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노총각일수록 임신 가능성이 많은 20대 여성을 선호하지만 그럴수록 장가를 갈 확률은 더 낮아지게 마련이다. “미인이라고 하더라도 나이 먹은 미인은 남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여자는 임신 가능한 시기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고 쇼펜하우어는 강조한다.
= 남자는 사랑을 하면서도 한눈을 팔지만, 여자는 하나의 사랑에 충실하다. 남자의 사랑은 성관계를 마친 순간부터 급격히 식어버려 다른 모든 여자가 자신의 여자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한눈파는 남자’의 속성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갈파한다. 남자는 항상 여자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여자의 사랑은 성관계가 끝난 순간부터 커진다. 사실 남자는 사정이 허락되면 1년에 100명의 자녀도 낳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리 많은 남자를 상대해도 1년에 1명(쌍둥이 제외) 이상 낳을 수 없다. 남자는 언제나 다른 여자를 탐내고 있지만 여자는 한 남자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그에게 의지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남자의 사랑이 식어버린 것을 확인하면 여자는 자녀까지 버리고 냉정하게 돌아서기도 한다.
불륜에 빠지면 모성애가 사라진다?
= 자식들을 육체적으로 원조할 필요가 없을 때 모성애는 소멸한다. 특히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종 모성애가 나타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모성애의 이중성’을 이렇게 말한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아버지’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식자 아들의 교사와 불륜에 빠지고 끝내 집을 나가 새살림을 차린다. 어머니를 찾아 나선 아들은 어머니가 간난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그 이유로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자신의 내적 자아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과는 종류가 다른 것으로 훨씬 지구적(持久的)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자식 속에 자신의 내적 자아를 재인식하므로 부성애는 그 근원을 형이상학적인 데 두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만 남자를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여자의 천성이며, 그 밖의 다른 것에 대한 여자의 관심은 한갓 가장이요 농간에 불과하다.
위의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대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어머니와의 불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버지보다 스무 살 연하인 그의 어머니는 여류 작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와 불화를 겪었고 사후에는 자유연애를 하며 쇼펜하우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결국 그의 염세주의 철학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남성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남성은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여성은 세상을 지배하려는 남성을 지배한다.
= 남성은 모든 경우에 사물을 직접 이해하거나 극복함으로써 지배하려고 하지만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단지 간접적으로, 즉 남자를 통해서 지배하도록 되어 있다. 단지 아내는 남편만을 직접 지배할 수 있다.
= “여성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초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중년에는 쾌락이 없을 것이고, 만년에는 위안이 없을 것이다.”(프랑스 시인 주이)

달러의 경제학 – 불경기답지 않은 불경기

거품 속 GDP의 성장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나는 파리 지국에서 금융 칼럼을 썼다. 2002년 후반기부터 18개월 동안 파리 거주 외국인의 생활비는 거의 50%나 올랐다. 급여는 달러로 받지만 돈을 쓸 때에는 유로로 썼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이 모두 다 해외에 사는 것도 아닌데 왜 달러의 가치 하락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그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우유, 달걀, 석유, 건축 자재 등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미국을 세계 경제를 이끄는 엔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말하는 이끌다는 말이 상품을 사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라면,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이끄는 위치에 있지 않다. 중국이 새로운 경제 엔진으로 부상함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세계 경제에 대한 주도권이 미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이것은 미국 경제와 달러의 가치에 영향을 끼친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GDP를 구성하는 각각의 조각들에서 트렌드를 읽어내야 한다. 일반적인 GDP 공식을 보면 뭔가를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GDP=소비+민간투자(기업부문)+정부지출+수출-수입

GDP가 최근 몇 년간 증가했다는 것은 좋은 뉴스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민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만 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2003년 3/4 분기에 GDP가 8.2% 상승한 것을 강한 회복의 신호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은 GDP의 상승이 아니라 세금 환급과 모기지 리파이낸싱(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 대출기간, 금리, 상환기간 등을 재조정하는 것 -옮긴이) 거품으로 인하여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뿐이었다.

GDP 성장은 소득보다는 지출 및 차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바로 여기가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는 지점이다. 조만간 미국은 신용이 바닥나고, 미국인의 통화인 신용카드의 한도 역시 바닥날 것이다. 통제 불능으로 점점 악화되는 채무, 그것이 바로 달러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다. 소비자와 정부의 채무가 많아질수록 달러는 약화된다. 또한 미국인의 예금과 퇴직연금, 사회보장기금이 점점 가치를 잃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통화 위기는 중국이 곧 수입강국, 제조강국 그리고 생산강국으로 부상하며 세계 경제를 제패할 것이라는 사실로 인하여 더욱 심각성을 띤다.

달러를 좀먹는 소비지상주의

과거 미국의 경기침체는 긴축과 대출 규제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은 돈이 넘쳐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지경이다. 예전의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긴축은 소비자와 사업가가 돈을 빌리고 소비하는 것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덕분에 경제와 금융 시스템은 균형을 되찾았다. 그런데 미국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 경제는 병적으로 비만해져서 날씬해지겠다는 의욕을 상실했다. 미국사람들은 점점 기대만 부풀려 가며 거대한 거품 속에 살고 있다.

FRB의 의장직을 맡으며 엘런 그린스펀은 대출과 과소비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 권장하는 것을 공식적인 경제정책으로 삼았다. 이것은 부가 주도하는 소비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1913년 연방준비법이 통과된 후 연방정부는 헌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부여된 화폐에 대한 권한을 민간기관에 양도했다. FRB가 권한을 갖기 전에는 비록 제대로 반영이 안 될지라도 국민의 통화정책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조차 없어진 것이다. 정부정책이 아니라 실질 자산으로 형성된 안정된 통화의 부재가 달러를 좀먹는 불균형의 원인이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회복기에 나타난 소비가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화를 경제 주기적 단순 반복 현상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 실제로 우리가 긴축재정을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경제성장을 유지할 것인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실감하겠는가? 결국 무한 신용과 과다한 채무가 미국을 짓누르는 날이 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제2장 허구 자본주의와 아이포드 경제

고용창출 없는 생산성 향상

미국 경제는 아주 크게 바뀌고 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이동 현상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아도취적인 견해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제조업의 임금은 높다. 둘째, 제조업은 모든 국가의 대외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소득의 근원이다. 미국은 현재 수출이 수입의 56%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제조업계의 전 세계적인 동향은 고용은 줄고 생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개인소득에 비해 재화 생산의 성장은 더욱 더 뒤쳐지고 있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미국의 경제활동인구는 고임금의 제조업에서 단순 의료직이나 소매업 같은 저임금직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고전적 의미의 생산성 향상이란 공장을 짓거나 기계를 설비함으로써 부의 창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생산성 향상은 자본투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순투자는 급감했다. 그러므로 사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고 GDP 역시 우리가 들은 것만큼 성장하지 않는다. 과세 후 실질 소득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여 미국의 달러가치를 평가하면 달러는 점차 구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가짜 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손익분기에도 미치지 못한다.

흑자 르네상스인가, 수익성 조작인가

정부보고서나 국민소득생산계정의 공식적인 조사 방법으로 작성한 수익표는 인상적이다.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포괄적인 자료, 즉 재고자산을 평가하고 자본소비의 조정을 거친 기업이익을 대단히 선호한다. 그러나 이것은 혼란을 주는 숫자다. 무엇보다도 기업이익이 재무 부문을 포함하여 현재 1조 달러를 넘어서면, 실제 동향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 경기침체기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으므로, 총계로 따지면 거의 50%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재무 부문을 포함했다는 것이 문제다.

보고 된 GDP 수치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이상현상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주택을 보유한 소비자들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많은 대출을 받아 소득 손실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소득에 의한 소비는 급락하고 거품에 의한 소비가 급등했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이익이 부양되었다는 것이다. 소득에 의한 소비는 근로소득에서 비롯된다. 반면 신용대출에 의한 소비는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킨다. 과거 몇 년간 비용절감을 통해 사업이익을 꾀한 것은 부채주도형 경제였다. 소비자들은 소득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받은 돈으로 소비를 늘렸다. 미국은 무역적자보다도 이러한 부분에서 더 경제적 결함이 나타나고 있다.

제3장 병적인 소비 열풍

미국은 제품을 생산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 판매했었다. 그러나 생산 주도 국가에서 멀어졌고 다른 나라들(특히 중국이나 인도)이 미국을 추월하도록 허용하면서 미국 소비자는 판매자 대신 구매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점점 빚더미 속으로 빠져들면서 다른 나라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는 물론 개인에게도 일어나고 있으며 소비자 채무(신용카드, 모기지, 기타 여러 융자 등)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을 기준으로 편안한 노후대책을 마련해 두었다 하더라도 막상 은퇴할 때 달러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 부는 아주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문화

정책 입안자나 경제학자들은 실물 경제에서 저축과 투자를 통하여 창출된 부와 신용정책으로 인한 자산 거품을 통하여 생성된 부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늘날 미국의 기업들과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을 지배하는 경제적 사고를 아주 잘 설명한다. 부의 창출(즉 거품 형성)이 경제 지혜의 정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과 채권, 주택시장의 거품이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소비자 지출과 신용에 기울어진 불균형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 할 수 있는가? 장려되어야 하는가? 수요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국 어디로 가게 되는가?

연속적인 거품 조성 요인들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소위 개선되었다고 하는 근거가 한 가지 있긴 하다. 2001년 이후 회복기의 모든 경제성장은 자산과 신용 거품의 끊임없는 행렬로 이루어진다. 애널리스트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는 사실은 FRB가 연속적인 거품 조성자였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주식시장 거품이었고 그 뒤로 채권시장 거품, 주택시장 거품, 그리고 모기지 리파이낸싱 거품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소비자 지출은 수년 동안 가처분 소득을 훨씬 초과해 왔다. 이것은 결코 실질 성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 경제가 약화되는 것은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이른바 경제회복이라는 것이 가진 미심쩍은 성질의 직접적인 결과일 뿐이다. 미국 경제는 성장을 방해하는 불균형 요소, 즉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가계부채, 사상 최저의 저축률, 자산가격의 거품, 사상 최대의 소비자 지출 등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이러한 불균형이 발생했다면, 그 국가는 벌써 붕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통화가치가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면서 미국은 그러한 붕괴를 면할 수 있었다.

어떤 비평가는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낮고 이자율도 낮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튼튼한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튼튼한 경제성장을 겪고 있지 않다. 미국은 순수한 사업 투자에 대한 규모가 전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GDP의 2%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 내 외국인 투자는 높은 민간과 공공지출로 대체되고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투자를 동반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거대한 무역 격차가 두 가지 이유에서 외국인의 탓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외국 투자자들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익률이 높은 미국의 자산을 획득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점점 더 낮아지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 때문이다. 그러한 투자를 통해 외국인에게 필요한 달러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에 대한 잘못된 해법

무역적자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인식한 것은 당연히 국내생산보다 국내소비가 더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과다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한 지나치게 규제 없는 대출의 결과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값싼 제품 때문이 아니다. 무역 격차로 인한 소득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더 큰 대출과 차입분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다. 신용 확대만으로 경제적 건전성을 측정한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치솟는 수입 과잉에 여전히 당황해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이 초과 통화 공급과 무역 격차를 뛰어난 경제성장의 신호로, 주식과 주택가격의 초 인플레이션은 부의 창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는 상승하는 주가와 주택가격으로 부를 향하여 무한정 소비하고 소비하며 또 소비하려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가정이 널리 퍼져 있다. 해외 이자수익으로 미국의 순자산이 이동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며 이것이 바로 미국 경제와 정치적 건전성을 위협한다. 70년 이상 주택에 투자하여 막대한 부를 얻은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2002년에는 처음으로 외환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워렌 버핏과 버크셔 헤더웨이(Berkshire Hathaway)의 경영진들은 달러가치가 계속해서 추락할 것이라고 믿었다.

제4장 화폐 몰락의 역사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미국 달러들은 사실 차용증 더미에 불과하다. 물론 포트녹스(Fort Knox : 미 연방은행의 금괴 보관소가 위치한 곳)에 금 준비금이 쌓여 있어 그 차용증들을 보증해 준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연방정부는 점점 더 많은 돈을 계속 찍어내고 있으며, 결국은 그로 인해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 엄청난 차용증들, 국내는 물론 계속 늘어만 가는 외국 투자자들의 차용증까지 갚아야 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엉터리 화폐의 우울한 역사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하지만 일련의 통화, 금융, 은행업정책 등을 함부로 남용함으로써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다. 후세의 역사는 문제를 단순히 주식시장의 붕괴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당시 주식시장의 붕괴는 파멸을 자초하는 정책에 의한 여러 전조 증상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이 되고 있다. 결국 화폐의 남발은 금의 잠재가치를 인지한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금의 가치를 억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머니 게임이 돌아가는 전반적 진행 방식을 알아야만 한다. 대부분의 세계통화는 미국의 선례를 따라 금본위제를 폐기했다. 따라서 금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금과 각국 통화와의 경쟁을 의미한다. 물론 통화의 약세와 계속되는 금의 수요는 향후 여러 해 동안 금의 가치가 강력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묘한 속임수, 명목화폐의 비극적 실상

명목화폐는 오직 사용자들이 그 값어치를 계속 믿어줄 때에만, 또한 재화나 용역과 교환할 수 있다고 계속 인정할 때에만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명목화폐의 가치는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쌍둥이 적자 거품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자 부채 역시 계속 증가한다면, 미국의 명목화폐는 결국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그와 대조해 볼 때, 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실질적 시장의 힘에 근거한 실물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여기에 엄청난 통화 함정이 있다. 현재의 많은 경제 거품들을 연구하다 보면, 결국 미국 경제는 극단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되고, 대대적인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달러가 하락하고, 그 직접적인 결과로 금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 역사의 슬픈 교훈은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찍어내는 순간 시작되었다. 과다한 통화(즉 과다한 부채) 유통으로 인해 그러한 정책이 그대로 소비자 행동에 반영되어 과소비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현재의 미국경제는 신용카드와 부채와 근저당, 개인파산 등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모두가 필요 이상의 과다한 통화 발행, 즉 명목화폐 체제에 근거한 가상의 호경기와 결부된 문제들이다.

현대의 딜레마

위대한 달러본위 시대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이 금을 자국 통화의 지주로 삼지 않게 된 데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다. 엄청난 통화 남발로 인해 달러 가치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며,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수많은 외국 통화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명목화폐는 한 마디로 아닌 종잇장일 뿐이다. 미래의 지급 약속은 결코 오랫동안 통화가치를 뒷받침한 적이 없으며, 또한 미국은 지급 능력 이상으로 너무 많은 빚(명목화폐 유통)을 진 나머지 그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의료 및 사회보장제도에 따르는 부채를 감안할 때, 미국의 실제 채무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국가 채무의 열 배가 넘는다.

명목화폐의 본질적 문제점은 기본적 경제 현실을 해결하는 방법에 있다. 알다시피 실질적인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부를 창출하려 하며, 따라서 자의적인 제도를 통해 부를 창출한다.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명목화폐제도가 어쩔 수 없이 붕괴될 경우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FRB가 (국회와 행정부의 축복 하에) 너무 많은 돈을 인쇄해 유통시킨 나머지, 그 가치가 그냥 증발해버리게 된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화폐에 대한 충분한 담보가 있다고 선언했을 때, 그 말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5장 세계 경기의 침체와 미국

장기침체를 겪는 일본의 사례

일본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주시한다면 우리는 훨씬 현명해질 것이다. 엔의 기적을 상세히 검토함으로써 오늘날 달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1997년 일본은 곤경에 빠졌다. 그 해 이본은 재정적자를 약간 낮추긴 했지만 그 결과는 1998년 GDP의 자유낙하로 이어졌다. GDP가 하락하자 인플레이션이 뒤따랐고 생산성이 낮아졌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 정부는 적자지출이 추락하는 경제를 잡을 것이라는 그린스펀식 희망을 바탕을 바탕으로 기록적인 적자지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같은 해 일본 경제는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사실상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은 오늘날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은 일본이 겪었던 상황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통화 부문에서 본 일본 경제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모순적이다. 각 경제지표는 양호하나 만성적으로 부실한 경제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너무도 엄청나서 모든 긍정적인 경제 신호가 있다 하더라도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소비자 대출이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무역적자는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재정적자 역시 계속 치솟고 있는 형편이다. 당연히 달러도 매 분기마다 약해지고 있다. 대체 일본의 사례가 미국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생을 사는 한 가지 방법, 거부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해법을 제시하며 문제를 직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린스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을 경제균형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그는 달러가치에 타격을 주는 정책을 추구하여 이러한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잇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인과관계로 구성된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새 돈을 찍고 소비자 부채를 계속 증가시키는 기회다. 소비자 부채는 더 많은 지출로 이어지고 더 많은 지출은 번영과 같다. 자, 부자가 되려면 지금 열심히 돈을 쓰면 된다. 위스키 한 잔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러나 매일 아침마다 취할 때까지 위스키를 계속 마신다면 죽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FRB의 설명을 들어보면 미국 경제의 힘의 근원은 다음 세 가지에서 나온다고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첫째, 미국은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주도한다. 둘째, 미국의 자유시장 기업문화와 이윤추구에 대해 필적할 만한 국가가 없다. 셋째, 미국의 노동시장은 대단한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며 긍정적인 요소다. 그런데 문제는 FRB가 세 가지 특성의 효과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와 노하우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문별 실적을 보았을 때 이익의 기적이라든가 급성장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제조업은 찾을 수 없다.

시장에서 가장 의미가 깊은 지표는 생산성이 아니라 신용의 확대이다. 그린스펀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신용 대출과 부채는 8조 5,052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것은 GDP 1달러당 4.9달러의 새로운 빚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대출이 1달러 발생하면 누군가에게는 빚이 1달러 생긴다. 그 누군가는 정부, 나 혹은 당신이 될 수 있다. 생산이 아니라 부채 쪽으로 기울어진 이러한 전환은 달러 하락의 주범이다. 게다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일단 주택가격과 모기지 거품이 터지면 미국인은 더 이상 소비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제6장 적자 혼란에 주목하라

미국 연방 재정적자의 역사와 그 속에서 발생한 부채가 말해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그 역사 속의 달러는 빚더미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부채 수준과 늘어가는 적자지출은 그러한 문제 중에서 단지 눈에 보이는 부분에 불과하다. 표면 아래를 보면 지출이라는 우리의 대단한 국가적 취미로 인해 심판의 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케인스가 1930년대 입을 열기 훨씬 전에 워싱턴과 학계의 태도는 모든 부채를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무한정 미래 세대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오늘날의 주장들을 보면, 부채는 큰 문제가 아니고 심지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고 한다. 지극히 의심스러운 견해이다.

심각한 적자지출 문제

1900년경까지 빚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엄청나게 빚이 많다는 것을 그저 일상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이변적 경제성과 없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료라든가 사회복지 부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무까지 감안하면, 실제 부채는 7조 달러를 기록했던 2005년의 수준보다 몇 배가 더 많아진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정흑자를 자랑했을 때에도 사실 흑자는 없었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이후 피할 수 없었던 테러와의 전쟁과 경제를 되살리고 싶은 욕구가 더욱 커진 상황을 결부시켜 어느 때보다 높은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면서 세금 감축을 주장했다.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지출은 변함없이 수입보다 많았다. 양당과 연방정부 전체가 자신들만의 경제적 이상향 속에서 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앨런 그린스펀은 여전히 소비자 지출 수준이 높은 것은 강한 경제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생산적인 부채와 소비적인 부채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경제원리를 무시한 것이다. 생산적인 부채란 공장과 기계 등에 투자하는 것이며 이는 현재 미국에서 추락하고 있는 제조업을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앨런 그린스펀과 부시 행정부가 종종 경제적 회복에 대한 현대적인 근거라고 지칭하는 소비적인 부채는 재화를 구입하는 데 소비된다.

스테로이드가 주입된 부채

소비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저축은 가처분 소득의 1%로 떨어졌다. 신용카드와 모기지 부채가 축적되어 FRB의 재정적자는 엄청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매출액과 이익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대출 수준은 4조5,750 달러에 육박할 정도다. 만약 개인 사회보장 계좌(Private Social Security Account)가 생겨나게 되면, 금융 부문의 영향이 전체로 퍼져나가게 될 것은 생각해 보라. 정부가 현재와 미래 퇴직자들에게 지고 있는 부채는 실로 갚을 재원이 없다. 전체 연금 프로그램은 미국의 완전한 신뢰와 신용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즈니스계의 심각한 문제는 설명하지 못한다. 오늘날 미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적인 자본을 축적하지 않는다. 그들은 소비자들처럼 부채를 얻어서 자신의 위치를 안정되게 유지할 뿐이다. 예를 들어 모토롤라를 보자. 이 회사는 현재 어려워진 기업 상황의 해결책으로 장기 부채를 늘렸다. 덕분에 운영자본 비율을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의 FRB 의장은 증가하는 부채는 생산성의 증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부채는 결코 생산성이 아니라 재난을 일으킬 정책이다. 그들이 말하는 부의 창출이라는 것은 명예롭지 못하게도 거품의 연속에 불과하다. 생산보다 소비에 더 돈을 많이 쓸수록 부자가 되지 못하고 가난해진다. 이는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기저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들어 있다. 무역 및 경상수지적자, 대출과 소비의 증가, 경쟁력 우위 상실, 달러의 금본위제 탈퇴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구매력의 상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과거 미국의 경제적 힘은 세계 제조업 시장을 석권한 데서 나왔다. 또한 달러가 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일단 그러한 주도권을 뺏기자 달러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주로 혜택을 보는 쪽은 유럽의 통화였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심화된 무역 격차를 중단하기 위한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일단 흑자가 사라지고 적자가 시작되었을 때 즉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달러의 장기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7장 달러의 몰락이 몰고 올 폭풍

달러의 하락과 GDP

현재 금리대로라면 미국인은 미래에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달러의 구매력 하락을 의미하는 다른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가격인상을 유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달러의 가치 하락이다. FRB가 통화를 과잉 유통시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달러의 구매력 상실로 나타나는 진정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백지수표와 같은 팽창하는 신용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지금같은 속도로 돈을 찍어내서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금 보유고 이상의 통화량은 위험성을 계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차입자본으로 무한히 돈을 찍어낼 수 없다. 외국 은행 또한 통화량과 금 보유고 사이의 불균형을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불균형이 달러와 다른 통화의 가치를 통제하는 시장의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금본위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중국에서 GDP를 통해 작용 중인 경제력, 연방 예산적자, 국내의 신용 구매 경향 등을 제외하고는 평가의 근거가 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결국 FRB가 아무리 많은 통화를 유통시키더라도, 미국에서의 제조업 성장의 결여가 달러의 가치(즉 진정한 인플레이션)를 결정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위협

인플레이션과 달러가치의 하락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뿐 사실상 같은 현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FRB의 정책은 소비자 부채를 상승시킴으로써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는 결국 이런 정책이 투자와 성장을 자극하리라는 전제에 근거한다. FRB는 계속 달러가치의 하락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사실 그린스펀은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을 일축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인 통화 불균형이 거의 또는 전혀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달러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유로가치 상승의 희생양으로 유럽경제를 지적하며, 유럽 국가 가운데 어떤 보호적인 조치들도 유연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 달러의 가치가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가라앉는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달러가치의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해 얼버무렸다.

인플레이션의 다른 명칭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징후는 금값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통화가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금값을 추정하는 것이다. 금의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과 마찬가지로, 워렌 버핏처럼 물정에 밝은 사람들은 2003년 생애 처음으로 외환투자를 시작해서 연말까지 120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워렌 버핏은 외환투자의 근거를 미국 달러의 지속적인 약세에 돌렸다.

버핏이 외환투자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채권과 기타 채무를 포함해서 9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구매 붐이 끝나리라 예상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지속적인 해외투자에 근거하기 때문에 규모의 감소는 달러의 약세를 부추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런 식으로는 미국 경제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타이밍이 훌륭하고 비전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다수의 투자 권위자들 모두 달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간추려 말하면, 약화된 달러는 상대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는 다른 통화들이 더 강세를 보일 것임을 의미한다.

제8장 달러본위 시대의 위기와 기회

달러의 강세를 계속 믿는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금융 대란을 겪게 될 것이다. 사실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얼마나 빨리 붕괴하느냐가 문제다. 그 결과 주식시장의 엄청난 몰락이 따를 것이다. 또한 은행 잔고는 휴지조각이 되고 채권시장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1달러는 더 이상 1달러가 아니다. 호사스러운 미국인의 생활방식은 크게 또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국가 재정 상태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달러의 강세와 이자율의 수준은 더 이상 FRB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좋은 일자리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고, 고용은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로 회복되고 있다. 셋째, 평균임금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은 인플레이션을 감당할 수 없다.

통화가치에 대한 통제권 상실

미국 부채 중에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외화자산(달러) 보유고가 연방은행의 보유고 수준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시아의 주도적인 13개 국가의 중앙은행들의 2004년 말 달러 보유고 합계는 무려 2조 달러나 되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많은 아시아의 통화들이 달러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이들은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결국 아시아의 중앙은행들도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달러의 가치 하락을 허용할 것이다. 그들 중앙은행이 더 많은 부채를 통제할수록 미국 달러에 대한 통제력이 커진다. 이것은 결국 미국의 생활수준을 통제하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전 대륙에 걸쳐 GDP가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인데 이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의 화폐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달러를 거의 매입하지 않고 보유한 달러를 매도하며 미국의 채권까지 매도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고 미국 내 금리는 높아질 것이다. 아시아의 인플레이션은 미국으로 전이될 것이다. 달러의 매도 추세와 부채는 미국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에 참여할 것이고, 주식의 공급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주식을 팔면 물가는 폭락할 것이다.

현실을 가리는 인플레이션 은폐

미디어는 달러의 가치가 다른 통화에 대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 달러가치의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정의하기도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달러의 가치는 인정한데 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구매력 감소라는 한 가지 같은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일 뿐이다. 모든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닥칠 변화에 대비하여 자산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문제를 이해한 사람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도 인식할 것이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이에 따른 현상으로 상품과 원자재, 유형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이것은 달러 하락세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를 기대함으로써,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할 때에도 수익이 나는 몇몇 펀드에 집중한다. 노련한 투자자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환투기와 옵션이나 금융선물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달러의 몰락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

오늘날 달러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다. 세계통화체계를 아주 약간만 조정하고, 침체에 빠진 달러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면 위대한 달러는 활활 타오르며 상승세를 탈 것이다. 달러의 위기 상황에 대한 방어책은 많다. 그리고 다행히 달러의 하락에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도 많다. 어떤 방법은 직접적이고 또 어떤 방법은 간접적이다. 어떤 것은 차입금을 활용하고 또 어떤 것은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취향에 맞는 방법론이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방법들 가운데, 다음 네 가지의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단기 직접투기 : 달러지수 풋옵션

달러하락에 대비한 직접투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달러지수 선물에 따르는 풋 옵션을 매수하는 것이다. 미국달러지수(USDX)는 상징적인 달러지수 하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다. USDX는 풋 옵션 매수를 고려하면서, 최소한 4개월 뒤에 지수가 80 이하로 떨어질 것을 살피도록 하자. 최대한의 투자 손실이라야 기껏 옵션가격과 거래 수수료에 불과하다.

단기 직접투기 : 유로 콜옵션

유로 콜옵션을 매수하는 것은 달러지수 연동 풋옵션을 매수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달러가 떨어지면 유로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유로는 달러에는 없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4개월 이후 만기의 유로 선물지수(FX) 콜옵션에 대한 매수를 검토하도록 하자.

장기 직접투기 : 양도성 외국한 예금증서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있어 미국 달러의 약세를 이용한 가장 확실한 수익 수단은 강한 통화와 그 통화의 양도성예금증서(CD)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강한 통화에 직접 투자하게 되면 투자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불어 환차익까지도 확신할 수 있다.

영원한 달러 손실 방지책 : 금

금은 최종적인 달러 보호방벽이다. 또한 어느 국가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유일한 세계통화이며 순수한 진짜 돈이다. 물론 금 자체는 투자 수단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될 경우, 얼마간의 금 보험을 들어두는 것은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늘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달러 기반 투자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달러가치가 소멸되어감에 따라 구매력의 상실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 반해 더 높은 영역으로 투자를 이동한 사람들은 변화를 통해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런치타임 경제학

1. 삶의 원리

인센티브의 파워 – 안전벨트는 사망자 수를 증가시키는가 감소시키는가

경제학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부가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교통사고의 위험은 운전자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인센티브다. 그런데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충격방지 계기판이 장착된 자동차를 타면 교통사고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덜하게 된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부주의하게 되고, 따라서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안전규정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을 적절히 재구성할 좋은 방법이 있다. 안전규정은 운전자가 운전장치를 장착해 사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므로 사망 운전자 수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운전자가 안전장치를 믿고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사망 운전자 수를 증가시키는 경향도 있다. 어떤 영향이 더 큰가? 안전규정의 순효과는 사망자 수를 증가시키는가 감소시키는가?

모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보상을 받기 위해 매일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다. 신문을 사러 편의점에 차를 몰고 가는 것도 집에 그냥 머문다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차를 몰고 신문을 사러 편의점에 간다. 조그만 기쁨이 어떤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 당연히 그렇다이다. 이 조그만 기쁨을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것이 적합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인센티브에 상당히 반응한다는 증거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누군가 예상치 못하게 뜨거운 커피 잔을 건네받았을 때 그 커피 잔이 비싸다고 판단되면 뜨거워도 계속 들고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역시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실증적 경제학 연구 문헌들이 있지만 이를 반박하는 논문은 없다. 경제학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 가정을 검증할 것이고 내심 최초로 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사람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다양한 연구에서 하나의 주제가 되풀이된다.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합리성의 수수께끼 – 롤링 스톤즈 콘서트 입장권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

유명한 가수가 출연하는 록 콘서트의 입장권은 상당히 일찍 매진된다. 사람들은 뉴스에서 청소년들이 표를 구하기 위해 때론 며칠 밤을 매표소 밖에서 지새우는 모습을 본다. 흥행사가 입장권의 가격을 올린다면 늘어선 줄이 짧아질 수도 있겠지만 콘서트 표는 여전히 매진될 것이다. 그런데 왜 입장권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지난 15년 동안 나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열렸던 경제학자들의 열띤 점심토론에 수십 번을 참가했다. 가장 일반적인 생각은 저녁 뉴스에 등장하는 길게 늘어선 줄이 일종의 공짜 광고 역할을 하여 대중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콘서트의 인기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흥행사는 입장권의 가격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 때문에 인기라는 장기적 가치를 포기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설명이 그럴듯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00달러나 하는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었다는 사실도 효과적인 광고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보다 길게 늘어선 줄이 더 효과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친구인 켄 맥로린(Ken McLaughlin)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콘서트에 가는 청소년은 가수와 관련된 음반, 티셔츠, 그밖에 다양한 소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흥행사는 청소년 관객을 원한다. 청소년 관객이 콘서트에 몰려들게 하는 방법은 가격을 낮게 책정하여 표를 사기 위해 줄 서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어른들은 롤링 스톤즈의 콘서트 표를 구하려고 밤새 줄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맥로린처럼 이론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우리게임의 목적이다. 다른 목적도 있다. 암묵적인 규칙은 이론이 반드시 상당한 예측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원칙적으로 예측은 이론을 검증하는 데 사용된다. 이 경우, 낮은 입장권 가격과 길게 늘어선 줄은 음반과 티셔츠를 팔려는 흥행사의 목적 때문이고, 높은 가격과 짧은 줄은 그런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예측한다.

무차별 원칙 –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어디인가

당신은 샌프란시스코와 네브래스카 주 링컨 중에서 어느 곳에 살고 싶은가? 샌프란시스코에는 멋진 쇼핑센터와 세계적인 박물관, 온화한 기후, 금문교 공원이 있다. 반면에 링컨에서는 아름다운 고택을 샌프란시스코의 원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해산물 요리를 맛보거나 넉넉한 주거 환경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매년 주거지 등급 연감 Places Rated Almanac과 미국 도시 순위 편람 The Book of American City Rankings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등급을 매겨 발표한다. 샌프란시스코는 국제적인 도시라는 매력에 점수를 받고, 링컨은 양질의 주택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을 무차별 원칙이라 한다. 사람들이 특이한 취향이나 재능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인간의 활동은 동일하게 매력적이다. 나는 비 오는 날 가족들을 데리고 야외에서 개최된 바자회에 갔다. 바자회는 꽤 붐비긴 했지만 평소보다는 덜했다. 비가 바자회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까 아니면 망쳤을까? 실제로 둘 다 아니다. 바자회에는 실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가 있었고 관중의 숫자는 그 날의 바자회 행사가 얼마나 흥미로운가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우천 여부는 쇼핑몰에 이익이 되지도 불이익이 되지도 않으며 바자회도 우천 여부와 아무 상관없다.

고정된 자원을 소유한 자만이 무차별 원칙을 피한다. 배우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배우가 이득을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이는 이스트우드에게 이익이 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즉 세상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단 한 명뿐이다. 그러나 미래에 한 사람을 정확히 복제하는 기술이 생겨나면 그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무차별한 존재가 된다.

2. 사회를 보는 눈

세금이 왜 나쁜가? – 진짜 비용을 찾아라

세금이 나쁘다고 할 때, 가장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하여간 세금 납부하는 일을 그리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론일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세금 징수하는 일이 매우 재미있으므로 세금은 좋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분명치는 않지만 세금이 나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경제학자들이 제시하는 의견이 있다. 세금은 조세 회피가 가능하므로 나쁘다는 것이다. 조세 회피는 어떤 경제적 이익으로 상쇄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

세금은 거의 항상 이익보다는 손해를 입힌다. 1달러를 세금으로 징수하려면 누군가의 1달러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셔츠를 구매하거나 주택을 건축하거나 야근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다. 정책이 이득보다 손실이 많다면 이런 정책을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비효율성이 항상 나쁘다는 주장이 효율성이 항상 좋다는 주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효율성은 비효율성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므로 경제학자는 효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내 집 앞마당의 잔디가 이웃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게 자랐을 때 나는 도덕적으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지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잔디를 깎으면서 어떤 비용이 내게 발생할지를 생각하고 이웃들이 내 집 앞마당에 길게 자란 잔디 때문에 얼마나 불행해졌을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효율성 계산이고 내가 옳다고 느끼도록 나를 이끈다. 나는 효율성이 일반적으로 정부정책을 인도하는 올바른 지침이고 때론 개인적인 행동에도 올바른 지침이 된다고 믿는다. 이제 내게 무엇이 좋은지 정말로 알게 해줄 훨씬 더 정교한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효율성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려주는 기준을 찾아내지 못했다.

가격 기능이 왜 유용한가 – 다윈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의 비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비효율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수컷 새는 꼬리 깃털을 길게 기르고 대학생은 교육 기간을 늘리며 소는 할당된 양 이상으로 풀을 뜯어먹는다. 합리성이 우리를 구할 수 없다면 무엇이 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답이 있다. 매우 일반적인 기준 아래서 시장가격으로 상품을 거래하는 경쟁적 자유시장에서 상품이 생산되어 교환될 때 경제활동은 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사실은 경제학자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할 때 마음에 두는 생각이다.

18세기에 애덤 스미스는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의 후생을 향상시키는, 즉 경제학자가 효율성이라 부르는 결과를 가져오는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묘사했다.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은 현대적 공식화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손의 정리라는 현대적 명칭을 얻었고, 이제 후생경제학의 제1정리라 불리며 경쟁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후생경제학의 제2정리도 있다. 제2정리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다룬다.

세상에서 비효율성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고 효율성 이론에 대한 식견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이런 비효율성이 치열하고 파괴적인 경쟁의 결과 또는 시장이 혼란해서 생기는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 정리는 우리가 비효율성의 원천을 찾으려 할 때,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누락된 시장을 뒤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가격이 책정되지 않은 상품을 찾아야 하고, 이따금 사유되지 않은 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해를 생각해 보자. 공장은 유해한 배기가스를 내뿜어 인근 주민에게 불쾌감을 준다. 이는 비효율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공장은 어떤 사람에게는 이익을 준다. 동시에 인근 주민 등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다. 공장이 해보다는 득이 많은 경우, 공해나 그밖에 다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공장의 존재는 효율적이다. 그러나 득보다는 해가 많은 경우, 공장의 존재는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성의 궁극적 원천은 무엇인가? 지나친 시장 자본주의와 무분별한 이윤 추구의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은 시장 자본주의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다. 세상에 공기를 거래하는 시장이 없다. 비효율성이 발생할 때마다 그 배경에는 반드시 시장의 부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3. 뉴스 제대로 읽기

재정 적자의 신화 – 재정 적자에 대한 세 가지 오해

국가 부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1초에 1달러씩 갚아나가도 10만 년 이상 걸린다. 이런 사실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는 늘 이런 식으로 국민에게 부채를 설명해왔고, 결과적으로 국민은 부채와 재정 적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릇된 믿음은 의회와 저녁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아무 비판 없이 반복된다. 그러나 그리 어렵지 않게 몇 가지 원칙으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재정 적자에 대한 그릇된 믿음은 세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첫째,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널리 분석되는 수치가 경제적 사실을 반영한다는 오해다. 둘째, 재정 적자가 사람들이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간단한 메커니즘을 통해 확실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오해다. 셋째, 적자가 어느 특정한 그룹(미래 세대와 민간 부문, 특히 수출 산업)에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타격을 준다는 오해다.

과거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은 재정 적자의 계산에 포함된다. 그러나 과거 부채의 이자 지불은 사람들이 조세 의무를 연기할 때 얻는 이자로 정확히 상쇄된다. 조세납부가 연기되면 납세자는 납세액만큼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이는 정부 부채의 이자 지불 부담을 정확히 상쇄시킨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정부를 포함한 모든 채무자에게 큰 혜택이다. 정부가 1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고 인플레율이 연 10%라면 1년 후 정부 부채의 실질 가치는 1조 달러의 10%인 1,000억 달러가 감소하고, 이는 정부 수입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계산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 자손은 우리의 부채뿐 아니라 저축도 물려받는다. 저축에는 현재 낮은 조세를 지불하면서 저축할 수 있게 된 추가적인 부의 축적도 포함된다.

이목을 끄는 주제를 찾는 직감이 있는 사람은 매우 효과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다. 그러므로 대중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재정 적자에 관한 잘못된 믿음은 크기나 중요성에서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미신의 과장을 막고 가끔 미신이 유발하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진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 적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는 반대 편향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재정 적자의 폐해 대부분은 시급한 경제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통계학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 병원 대기실이 항상 붐비는 이유

통계학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통계학이 말하는 진실은 때때로 잘못 해석된다. 언론인은 전반적인 경제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실업률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논의는 대부분 사람들이 실업을 열망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경제 전반에 걸친 실업은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신호이거나 더 좋아진다는 신호다.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피터가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해서 부자가 된 반면에 폴은 일주일에 3시간만 일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행복을 얻는다면 누구의 선택이 현명한가? 실업 또는 낮은 수준의 고용은 자발적 선택이 될 수 있고 유용할 수 있다.

당신과 의사는 아마 병원 대기실이 붐비는 정도에 대해 의견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신과 의사는 붐비는 정도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하루종일 대기실이 붐비는가에 관심이 있다. 반면 당신은 아파서 병원에 간 특정 시점에 대기실이 얼마나 붐비느냐에 관심이 있다. 당신이 병원에 갔을 때가 아마 대기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일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가장 붐비는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 대기실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대기실이 붐빈다. 의사가 오늘 오전에는 대기실에 환자 3명이 있었고 ,오후에는 25명이 있었다고 말해주면서 당신이 병원에 있었던 시간을 추측해 보라고 한다면 확률은 25:3이니까 당신이 오후에 대기실에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28명 중에 3명은 일반적으로 대기 환자 수는 3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25명은 평균 대기 환자 수가 25명이라 믿는다.

실업 통계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평균 실업 기간을 측정한다. 이런 데이터는 어떤 날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오랜 기간 실업 상태였는지 물어보고 이들의 대답을 평균하여 산정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의 대기실이 붐비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방식과 기본적으로 동일하여 실업 수치를 과대평가하게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조사가 시행된 그 날 실업 상태에 여전히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 실업 상태에 있던 사람들은 그 날 실업 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하루 또는 일주일로 조사 기간이 한정된 표본은 장기 실업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 실업률을 왜곡시킨다.

4. 시장의 법칙

구애와 공모 – 모두가 승리하는 짝짓기 게임

결혼시장에서 남자들은 여자를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며 여자들은 남자를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한다. 그러나 남성은 여러 명의 파트너를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성과 다르게 경쟁한다. 이러한 경향은 부분적으로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하며(만약 종자를 매일 생산할 수 있다면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게 가장 좋은 생산 전략이며, 1년에 한번만 자손을 낳을 수 있다면 한 명의 파트너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은 생산 전략이다), 부분적으로는 사회적 제약에 기인한다. 사실, 일부다처제 금지법은 카르텔(기업 연합)의 교과서적 사례다. 경쟁 관계에 있던 생산자들이 연합하여 대중(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고객)에 대해서 음모를 꾸민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구애라는 연애산업의 남성 생산자에게도 해당된다. 이런 음모는 대체적으로 남성의 교섭력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이며, 남성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으로 구성된다.

공모는 남성이나 여성 중 어느 하나의 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기술은 여성에게 이성을 유혹하는 혁신적이고 값비싼 방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피임법과 유방 성형 수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여성은 자신의 지갑에서 지불되는 돈뿐만 아니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위험도 비용으로 부담한다. 신기술이 금지되지 않는 이유는 생산자를 위해서가 아니고 소비자를 위해서다. 유방 성형이 합법인 이유는 여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성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유방 성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용편익 분석을 하면 남성이 얻게 되는 이득이 여성이 지불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합법적이란 결론이 도출된다.

짝짓기는 누구나 이득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득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대한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이해관계 속에서 제휴가 이루어지고 깨지므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게임은 전략적 행동을 잉태하며 모든 전략이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서도 이러한 행동은 잉태된다.

경제학자는 왜 부자가 되지 못했나 – 금리 변동의 기본 원리

어떤 직업에든 단점이 있다. 의사는 새벽에 응급전화를 받기 일쑤고, 수학자는 풀리지 않는 문제로 수개월을 고민하며, 시인은 일정한 수입이 없고, 경제학자에게는 금리 예측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 내가 혹시 미래의 금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으면 떼돈을 벌 수 있는데 왜. 어떤 미래의 정확한 금리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미래의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며, 그와 관련된 정보는 무엇인지 정도는 이 책을 통해 기꺼이 알려 줄 수 있다.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금리는 돈의 가격이 아니다. 금리는 소비에 대한 가격이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금리는 미래 소비가 아닌 현재 소비에 대한 가격이다. 금리는 유형의 재화를 소비하는 가격이므로 재화의 소비에 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하는 경우 사람들은 현재의 소비를 늘린다. 그러나 현재 소비를 위한 재화는 제한적이다. 그러면 무엇이 사람들의 새로운 지출 욕구를 없앨까? 그것은 틀림없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다. 금리 상승은 사람들에게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확신을 준다. 금리는 일반 가족의 지출 계획이 본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상승한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 통계적으로 살펴보고, 그 관찰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지식만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한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금리가 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제3의 방법이 있다. 대통령이 내일 브리핑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해안으로 몰려오는 허리케인이 내륙에 도달하기 전에 전해질 것인지, IBM이 노트북을 인간의 두뇌에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등의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지식이나 재능, 또는 직감이 있으면 된다.

5. 과학의 실수

경제학자는 어떤 식으로 틀리는가 – 거시경제학의 새로운 규칙 만들기

제2차대전이 끝난 후 경제학자들은 통계학을 배웠다. 통계학이라는 새로운 계량경제학 과목은 경제학 자료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를 밝히고 이러한 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지를 검증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후 경제학자들은 소비 행태, 투자 결정, 농산물 산출량, 노동 공급, 금융 자산의 판매, 그밖에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세밀히 조사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 자료들은 미래를 아주 정확히 예측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었다.

현대 미국인들은 거시경제학적 예측이 종종 적중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도 이러한 짧은 황금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정부가 경제학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 시작하여 경제학 이외의 부분을 훼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분석가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 정책이라는 경기규칙이 적용되는 복잡한 게임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선수들이다.

제2차대전 후 20년 동안 인플레율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과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의 구분이 없었다. 만약 A라는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에게 직업을 갖도록 부추긴다라고 주장하고, B라는 경제학자는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에게 직업을 갖도록 부추긴다라고 주장하는 경우, 과거의 자료들을 통해 그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규칙이 변하기 전에는 두 이론 모두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칙이 변한 후, 즉 정부가 예측 가능한 방법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주기적으로 증가시키면 한 이론은 계속 옳을 것이고 다른 이론은 전혀 틀리게 된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추상적인 사실들을 문제화하고 분석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최고 바람이라는 공감이 있다. 이런 분석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직접 시도하기는 상당히 복잡하다. 이것은 물론 기존의 거시경제학 관점에서는 다소 급진적인 면이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거시경제학이 예측을 위한 과학으로 정착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현대 거시경제학이 본격화한 기간은 불과 20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선대 거시경제학자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결연히 노력했고 젊은 거시경제학자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미래를 지향해 왔다.

6. 종교의 함정

환경주의에 반대하는 이유 – 유치원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내 딸은 네 살 때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식 행사의 일환으로 지구 친구들이라는 표제가 붙은 안전한 에너지원, 대중교통, 재활용 등에 대한 네다섯 살 된 아이들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이야기는 특권은 책임에서 나온다였다. 지구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은 지구를 소중하게 가꾸는 책임에서 나온다는 의미였다. 이전에도 딸에게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내 딸이 보육원에서 세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넘기곤 했다. 그러나 나는 어린 딸에게서 그 같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기계적으로 반복해 들으면서 딸의 선생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경주의자들은 일단 삼림을 파괴하고 나면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땅을 포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또한 회복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오늘 포장을 하지 않으면 내일 당장 주차할 기회는 내일이라는 시간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것처럼 영원히 없어지게 된다. 먼 미래에 주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당장의 기회 상실을 위로하지는 못한다. 환경주의자들의 논지 중 잘못된 점은 삼림을 개척할 권리는 우리 후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손들이 주차장을 물려받기보다 삼림을 물려받기를 더 원한다고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는가?

다른 강압적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환경주의는 어린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내 딸이 보육원에서 유치원으로 진학했을 때, 내 딸의 선생님은 종이컵을 버리지 말고 헹구어서 다시 쓰라고 가르쳤다. 나는 딸에게 시간도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종이컵 몇 개를 더 사용하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딸의 선생님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면, 나는 에너지를 좀 더 낭비하더라도 승용차를 이용해 빠르고 편리하게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다섯 살 밖에 안 된 어린애지만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인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은 관용과 다윈주의와 같은 가치관을 성장시키는 풍요로운 토양 역할을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경제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선호나 삶의 방식, 견해 등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직업윤리나 절약의 미덕과 같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진부한 표현들을 사용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경제학자라는 직업은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는 것이 일이며, 이해란 존경과 동일한 개념이다. 내 딸의 졸업식 후 나는 이론적 논쟁을 하자던 딸의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개인적 견해지만, 그 편지는 무엇보다도 경제학자들이 항상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관용의 의미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전세방은 왜 한국에만 있을까?

Source : http://blog.ohmynews.com/balbadak/247111

 

집(전세)값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않거나 심지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역전세대란’이다.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집(전세)값이 실제로 큰 폭으로 떨어지면 외환위기 때 겪었던 전세시장 마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전세)값이 오를 때 나타났던 ‘방값을 올릴래? 방을 뺄래?’로 상징되는 ‘전세대란’과는 정반대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현재 전세가구는 전체의 22.4% 356만 가구에 달한다. 또 완전한 전세는 아니지만 전세와 월세가 혼합된 보증금 있는 월세가구도 15.1% 240만 가구에 이른다. 이들에게 세를 내준 집주인을 포함할 경우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보증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전세 보증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보편적인 주택 임대차 제도는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월세다. 설사 보증금이 있더라도 월세를 보완하는 수준의 소액이지, 적어도 우리처럼 목돈으로 임대료를 올려달라거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왜 한국에만 전세제도가 자리잡게 됐으며, 그 때문에 주택문제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오늘은 전세제도에 대해 공부해보겠다.

전세제도 역사 100년 넘어

우리나라 주택문제를 공부하다 보면 외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가 주택을 대표하고 있는 현상이나,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고 사는 선분양제도가 여기에 속한다. 또 한 가지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가 바로 전세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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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열 중 넷 꼴로 셋방살이를 떠돌고 있는데, 그 규모는 657만 가구 1천666만 명에 달한다. 이 중 보증금이 아예 없는 월세 19만 가구와 몇 달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사글세 14만 가구를 제외한 한국 주택임대차의 91%가 전세이거나 전세와 월세를 결합해 보증금을 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말에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당시 임차인은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집주인에게 일정금액을 맡기고 집을 빌려 산 뒤, 집을 돌려주는 시점에 맡긴 돈을 돌려받았다. 집주인에게 맡기는 돈은 기와집과 초가집에 따라 달랐는데 보통 집값의 절반에서 비싼 곳은 70∼80%였다. 계약기간은 통상 1년으로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세제도가 시작된 지 최소한 100년이 넘은 셈이다.

일제시대에는 주로 서울(경성)지역에서 전세제도가 발달했는데, 해방 후 도시화 과정에서 전국으로 확산돼 한국의 대표적인 주택 임대차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60∼1970년대 인구가 도시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집 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불확실한 임차인의 신원을 보증하는 기능을 한 데다 매월 약간의 임대료를 받는 것 보다 쉬웠다. 농촌에서 도시로 무작정 올라온 세입자들에게도 유일한 밑천이 땅을 팔아 마련한 얼마 안 되는 목돈이었는데, 전세는 도시의 새로운 삶터에 정착할 때까지 밑천을 잃지 않고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왜 한국에만 전세제도가 있을까

셋방이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시화 역시 세계적인 추세였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기 힘든 전세제도가 주택 임대차의 주요한 형태로 자리잡게 됐을까.
학계의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주택금융이 덜 발달된 점과 둘째 집(전세)값이 계속 오르기만 한 점이다.

전세 계약과 동시에 세입자는 보증금을 지불하고 집주인은 주택을 제공한다. 계약기간 동안 세입자는 보증금 외에 월세나 다른 사용료 없이 살다가 계약이 끝나면 전세 보증금을 이자 없이 원금만 돌려받고 주택을 비워준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는 주택(또는 방)을 제공하는 대신 이자를 지불하지 않고 목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관련 금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는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손쉬운 방편이었다. 무엇보다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너도나도 집을 사려했는데, 전세를 끼면 현재 가진 돈 보다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자신이 거주할 집을 장만할 때는 물론이고, 투자목적으로 여러 채를 사는 데도 ‘전세 끼고 집 사기’가 널리 활용돼왔다.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다가구 단독주택에서는 집주인은 안방에 살고 세입자는 곁방살이를 하거나 2층 또는 지하방이나 옥탑방에 산다. 반면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함께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독채로 전세를 내주는 예가 많다. 집을 사놓고 경제사정이나 직장 교육 문제로 세를 주고 자신도 셋방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전세와 은행융자를 합쳐 추가로 집을 사는 방식으로 여러 채 심지어 수십 수백 채를 소유한 집주인도 상당수다. 형태야 다양하지만 어쨌든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전세 끼고 집 사기’가 계속될 것이다.

세입자 처지에서 볼 때는 집을 살 만큼의 돈이 없어서 전세를 사는 것이기는 하지만, 월세와 비교해 전세만의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집값의 절반 정도의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 놓고 매달 임대료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집이 아예 없거나 아주 좁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의 돈으로 상대적으로 넓은 집(방)에 사는 셈이다. 또 보증금을 은행에 맡긴다 해도 이자가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꼬박꼬박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도 낫다.

월세나 사글세와 달리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를 갈 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세 사는 사람 중 보증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전세금이 나중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될 수 있다. 이자는 없지만 대신 월세도 없기 때문에 내집마련의 미래를 위한 저축 개념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제도는 주택금융이 덜 발달한 가운데 집값이 계속 오르는 조건에서 독특하게 발전해온 한국형 주택 임대차 제도인 것이다. 만약 집값 상승세가 끝나버리거나, 주택금융이 발달해 주택구입자금을 제도 금융권에서 충분히 조달하게 될 경우엔 전세제도의 운명도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전세제도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전세가격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전세 보증금에 얼마를 더 얹어야 집을 살 수 있을까? 아파트를 기준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8년 말 현재 평균 52.4%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격이 집값의 절반 조금 넘는 셈이다.

한 때는 전세가격이 집값의 3분2를 넘긴 적도 있었는데, 지금도 지방 도시는 그렇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은 38.2%, 경기도 42.1%, 인천 42.2% 등 수도권 전체가 40.9%로 낮아졌다. 특히 서울 안에서도 집값이 많이 오른 한강이남지역은 36.4%로 집값이 전세가의 거의 세 배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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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집값의 절반이 넘는 전세 보증금에 부모형제의 도움을 받거나 저축해놓은 돈이나 은행 융자를 더하면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전세수요는 언제든 실제 주택구매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수요라 할 수 있다. 특히 집값이 한 차례 큰 폭으로 오르고 난 뒤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다른 나라 보다 더 빨리 달아오르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보증금 5천만 원이 넘는 셋방에 살고 있는 가구는 2005년 현재 약 130만에 달하고(이 중 29만 가구는 어딘가에 집을 사놓고 셋방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보증금 1억 원 이상 가구도 38만에 이른다. 특히 집값이 많이 오르는 수도권에 5천만 원 이상 가구가 100만이 넘고 1억 원 이상 가구가 34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전체 셋방 사는 가구 중 80%는 보증금이 5천만 원 미만이거나 아예 보증금이 없이 살고 있지만, 5천만 원 이상 주택자산을 확보한 사람이 100만 명이 넘고, 1억 이상도 30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잠재수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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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측면에서 집을 살 때 상당액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집값 중 은행 융자가 차지하는 비중 즉 주택담보대출 비중(LTV)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의 평균 LTV 비율이 94%(2006년 기준)에 달하고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LTV가 70∼80%를 차지하는 반면 2008년 6월 현재 한국의 LTV는 48.8%로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물론 LTV 비율이 낮은 데는 참여정부 후반에 LTV와 소득에 따라 대출액을 결정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실시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한 가지 더 짚어보자. 전세나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살면서 집주인에게 맡긴 전월세 보증금은 2005년 11월 현재 209조원에 달한다. 전세 보증금은 182조원, 보증금 있는 월세 보증금은 28조 원이다. 2008년 말까지 전세가격이 11.2% 오른 점을 감안하면 현재 23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1월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이 총 237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는 데, 이 돈이 모두 금융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 사금융 시장에 머물면서 주택시장의 잠재수요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만큼의 거대한 자본이 전세시장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조달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자율이나 대출규제 등의 금융정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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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세 보증금 전액을 월세로 바꾸거나, 아니면 집값 전체에 대한 이자만큼을 월세로 받으려 한다면 셋방 사는 가구는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집값이나 이를 반영하는 전세가격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에 한 달 버는 소득으로는 도저히 월세를 낼 수 없다. 또 오랫동안 주거비는 월세가 아닌 전세로 해결해왔기 때문에,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나 생활비 배분도 여기에 맞춰져왔다.

전세 보증금의 두 얼굴

이처럼 전세제도는 주택금융이 덜 발달한 가운데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조건 위에 자리 잡은 한국만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임과 동시에, 주택시장은 물론 한국인의 주거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세제도 때문에 한국사회는 이래저래 들썩거리게 되는 데 집값과 전세가격이 오르고 내릴 때와 이사철에 그 증상이 심각해진다.

전세 보증금에는 두 얼굴이 있다. 집값과 전세가격이 오를 때 보증금은 자산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전세 끼고 집 사기’의 소중한 종자돈인 것이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질 때 보증금은 부채의 얼굴이 된다. 세입자에게서 빌린 ‘무이자 대출금’인 것이다. 전세가격이 오를 때는 세입자의 부담이 커지고,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집주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방값을 올릴래? 아니면 방을 뺄래?’로 상징되는 ‘전세대란’은 집(전세)가격이 오를 때 나타나는 풍경이다. 지하셋방 남매가 불에 타 숨진 슬픈 이야기를 담은 정태춘의 노래 ‘우리들의 죽음’의 배경이 됐던 1990년대 초 전세가격 폭등기가 대표적이다. 그동안에는 집(전세)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2년 전세계약이 끝나면 집주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빼주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 경우 이전 보증금 보다 더 올려 받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갚아야 할 빚’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집(전세)값이 떨어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한다 하더라도 추가로 돈을 얹어서 전에 살던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만약 집(전세)값이 폭락하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수많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상황이 돼 ‘역 전세대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심하면 세입자에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딱 한 번, 외환위기 직후 이 같은 일이 벌어졌었지만, 얼마 안 가서 다시 집(전세)값이 올라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전세대란’과 ‘역 전세대란’은 전세제도가 집(전세)값이 오를 때에만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하는 제도이며, 최악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날릴 위험을 안고 있는 매우 불완전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지나치게 짧고, 인상폭에 대한 제한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도 전세제도의 불완전함을 증폭시키고 있다.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세입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했다. 임대차기간이 6개월이었기 때문이다. 임대차 기간은 1989년 다시 늘어 현행 최소 2년이 됐다. 기간이 늘어날 때마다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크게 올려 받아 세입자들이 큰 고통을 당했지만, 여전히 너무나 짧다. 전세금 인상도 집주인 마음대로다. 법에 5% 제한선이 있긴 하지만 아무런 제재장치가 없어 있으나 마나다.

대다수 선진외국에서 발달한 공공임대주택은 임대차 기간이 30년 이상이고, 독일처럼 민간 주택 임대차 시장이 발달한 곳도 임대차 기간이 10년 이상인 데다 인상폭도 엄격히 제한돼있는 것과 비교하면 셋방사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

주택금융의 미발달과 집값이 오르기만 하는 특수한 조건에서 자리잡은 한국만의 독특한 전세제도는 그에 걸맞은 보호장치가 매우 취약해 불완전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오늘은 한국만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인 전세제도에 대해 공부했다. 다음 시간에는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집값 하락기 ‘역 전세대란’에 대한 대안을 공부해보겠다.

※ 참고한 자료

통계청,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윤주현, 전세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2002,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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